베이트 미드라쉬 2025. 5. 12. 16:24
‘너의 지도자가 떠돌이처럼 올 것이다’—이는 이스라엘의 머리가 되기 위해 오실 메시아 왕을 가리키는 것이다”(Midrash Mishlei 6:11)


‘떠돌이’(helech, 동사 mehalech의 명사형)는 메시아에게는 다소 특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름이지만,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잠언 6장 11절(NAS)에서는 “네 빈궁이 떠돌이같이 이를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일부 번역에서는 이를 ‘도둑’이나 ‘강도’로 옮기기도 하지만, 히브리어 단어는 ‘걷다’는 뜻의 어근에서 파생된 것으로, 원래는 ‘유랑자(나그네)’ 혹은 ‘떠돌이’를 의미한다. ‘떠돌이’라는 표현은 곧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자, 무시당하고 주변화된 존재를 암시한다. 이는 메시아를 열방을 정복하는 강력한 왕으로 보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타나크에서 묘사되는 메시아의 모습은 극과 극을 넘나드는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는 왕이면서도 온유하고 겸손하며, 통치하면서도 고난을 겪고, 죽는 동시에 영원히 살아 있는 존재이다. 이처럼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메시아의 모습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어 왔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유대교 전통의 ‘두 메시아’ 개념, 즉 요셉의 아들 메시아와 다윗의 아들 메시아에 대한 이해이다.

잠언 6장 11절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게으른 자에게 가난이 마치 떠돌이처럼 다가온다는 의미이다. 떠돌이는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 존재이다. 한 주석가의 설명에 따르면, “가난은 여관에 도착하는 나그네처럼 갑작스럽게 네게 이를 것이며, 오기 전에는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하다가 이미 도착한 뒤에야 인식하게 된다”(Metzudat David 잠언 6:11). 이러한 묘사는 메시아가 세상에서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분명히 ‘보이는’ 존재이고, 실제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그의 존재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그다지 인상 깊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바로 이 떠돌이 같은 메시아에 대해 예언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사 53:2).

잠언 6장 11절은 히브리어 단어의 독특한 철자와 발음을 통해 메시아를 암시하는 또 하나의 의미층을 제공한다. 해당 구절에서 ‘네 빈궁이’(reishecha, ראשך)라는 히브리어 표현은 표면적으로는 ‘너의 가난이’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모음 하나만 바꾸면 곧바로 ‘너의 머리’ 또는 ‘너의 지도자’(roshcha)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을 따를 경우, 같은 구절은 이렇게 번역될 수 있다. ‘너의 지도자가 떠돌이처럼 올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다음과 같은 해석으로 이어졌다. “‘너의 지도자가 떠돌이처럼 올 것이다’—이는 이스라엘의 머리가 되기 위해 오실 메시아 왕을 가리키는 것이다”(Midrash Mishlei 6:11). 같은 미드라쉬는 이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메시아에 대해 언급된 또 다른 구절을 인용한다. “그들의 왕은 그들 앞에 가고 주(יהוה)는 그들의 선두에 서리라.”(미 2:13).

이 마지막 구절(미 2:13)의 문맥은 명백히 말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때 하나님께서 온 이스라엘을 모아 심판하시고 구원하실 것을 말한다. 그날에 백성 앞서 가는 유일한 지도자, 즉 그들을 이끄는 이는 예언자에 따르면 메시아 왕이다. 따라서 이 구절에 대해 이렇게 해석된다. “‘돌파하는 자’—이는 구속에 앞서 이스라엘의 마음을 하늘 아버지께로 돌이키기 위해 먼저 올 예언자 엘리야를 가리킨다. ‘그들의 왕이 그들 앞서 지나가며’—그들이 회개할 때, 그들의 왕이 그들 앞서 지나가리니, 그는 바로 메시아 왕이며,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것의 머리가 되시리니, 이는 그때 하나님께서 또한 자신의 거룩한 영을 시온에 다시 부어주실 것이기 때문이다”(Metzudat David, 미 2:13). 이 구절의 도움으로, 잠언 6:11의 표현도 새롭게 조명된다. ‘너의 빈궁’(reishecha)은 ‘너의 머리’(roshcha)로, ‘떠돌이’(helech)는 ‘그들 앞서 지나가는 자’로 해석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떠돌이’라는 이름은 다시 한번, 메시아의 이중적 이미지—곧 왕이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