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트(ח) - 하캄(חָכָם): 지혜로운 자(Wise)
‘지혜로운 자’—이것은 다윗의 아들 메시아를 가리키며, 이에 대해 ‘이제 그 안에 가난하지만 지혜로운 자가 있어서 그가 자기 지혜로 그 도시를 건졌도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 가난한 자를 기억하지 아니하였도다.’(전 9:15)고 말한 것이다. (Zohar Chadash, Rut, 35b)
메시아에게 주어진 이름 중 하나인 ‘지혜로운 자’(chacham)는 이사야가 메시아의 인격에 대해 묘사한 속성들에서 도출된다. “하쉠의 영이 그에게 머무니 지혜와 총명의 영, 계획과 능력의 영, 지식과 하쉠 경외의 영이다.”(사 11:2, 직역성경) 여기서 지혜의 속성은 이어지는 다음 구절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그의 기쁨은 하쉠 경외함에 있어 그의 눈에 보이는 대로 재판하지 않고 그의 귀에 들리는 대로 책망하지 않으며”(사 11:3, 직역성경). 대부분의 성경 번역에서는 이 구절의 핵심 동사를 “기쁨(delight)”로 옮겼으나, 히브리어 원문은 사실상 감각 중 하나인 “냄새”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이렇게 번역할 수 있다. “그는 하쉠을 경외함으로 진리를 냄새 맡을 것이다.” 이는 메시아가 감각적 인식이 아니라 깊은 경외심과 통찰로 진리를 ‘감지’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님에 대한 경외를 ‘냄새 맡는’ 특별한 능력은, “솔로몬의 지혜가 동쪽 지방 모든 자손의 지혜와 이집트의 모든 지혜보다 뛰어났더라.”(왕상 5:10[4:30])고 전해지는 솔로몬의 지혜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이 ‘경외의 냄새’를 맡는다는 개념은 히브리어에서 ‘냄새(smell)’(רֵיחַ), ‘영(spirit)’(רוּחַ), ‘바람(wind)’(רוּחַ)이 모두 같은 어근(ר-ו-ח)을 공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쉽게 이해된다. 이러한 문맥에서의 ‘냄새’는 순전히 영적인 작용으로, 메시아에게 주어진 독특한 능력이며, 이를 통해 메시아는 감각적 판단이나 인간적 편견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재판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메시아의 지혜는, 그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가 메시아인지 아닌지를 검증하기 위해 평가할 수 있는 어떤 특성이 된다. 탈무드는 벤 코지바(일반적으로 바 코크바로 더 잘 알려진 인물)가 로마에 대항한 유대인의 반란을 이끌던 중, 자신이 메시아라고 이스라엘의 장로들에게 선언하러 온 사건을 전한다. 그의 말을 들은 장로들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메시아에 대해 우리는 ‘그는 냄새 맡고 심판하리라’고 전해 들었다. 너도 냄새 맡고 심판할 수 있는지 보자.” 그들이 보니, 벤 코지바는 냄새 맡고 심판하는 능력이 없었으므로, 그를 죽였다(b. Sanhedrin 93b).
조하르(Zohar)는 메시아의 지혜에 대해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지혜로운 자’—이것은 다윗의 아들 메시아를 가리키며, 이에 대해 ‘이제 그 안에 가난하지만 지혜로운 자가 있어서 그가 자기 지혜로 그 도시를 건졌도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 가난한 자를 기억하지 아니하였도다.’(전 9:15)고 말한 것이다”(Zohar Chadash, Rut, 35b). 이 해석에 따르면, 메시아는 자신의 지혜로 예루살렘, 곧 이스라엘을 구원할 능력을 지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잊혀진 가난한 지혜자”로 불린다. 이는 메시아가 지닌 탁월한 지혜가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그 존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망각되는 운명을 가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