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davar)을 메시아의 하나의 이름으로 보는 견해는 오랜 세월 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주제는 포착하기 어렵고 도전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요한복음의 첫 구절, “처음에 말씀이 계셨고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며 말씀이 하나님이셨더라.”(요 1:1)는 문장은 유대교와 기독교 사이에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요한이 이 글을 썼을 당시에는 그의 선언이 특별히 이단적이라 여겨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마도 요한이 전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씀’(דבר)의 인격화는 이미 성경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선지자 예레미야는 “오 세대여, 너희는 주의 말을 주의하여 보라.”(렘 2:31)고 선언한다. ‘주의 말씀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에 대한 설명으로, 라쉬(Rashi)는 예레미야가 백성들에게 만나를 담은 항아리를 보여주었다고 해석하였다(라쉬, 출 16:32 주석). 또 다른 견해들은 예레미야가 율법책 자체를 백성들에게 보여주었다고 이해하기도 한다(Min HaShamayim, 16).
1-2세기의 유대인 해석자들은 ‘인격화된 말씀’(personified Word)을 다루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1세기 아람어 토라 주석인 타르굼 온켈로스(Targum Onkelos)는 “그들이 날이 서늘할 때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창 3:8)라는 구절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Memra)이 동산에서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다.” 비슷하게, 1세기 유대인 철학자 필론(Philo)도 하나님의 말씀(로고스, Logos)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능자의 로고스가 하늘의 보좌에서 정죄받은 땅으로 내려와, 힘센 전사처럼 행동하였으며,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과 같은 참된 율령들이 있었다”(Wisdom of Solomon 18:15–16). 필론이 이 발언으로 정확히 무엇을 의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아도나이(יהוה)의 말씀을 인격화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기독교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살았던 중세 유대인 해석자들조차도 어느 정도까지는 ‘말씀’을 인격화하고 그것을 메시아와 동일시하는 해석을 시도하였다. 예를 들어, “한 법(תורה)이 내게서부터 나가리라. 내가 내 공의를 만백성의 빛으로 머물게 하리라.”(사 51:4)라는 구절에 대한 라닥(Radak)의 주석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이 책의 처음에서 ‘이는 법(תורה)이 시온에서부터 나가며’(사 2:3)고 말하였는데, 이는 메시아 왕이 열방에게 아도나이(יהיה)의 길을 걷도록 가르칠 것이기 때문이다”(라닥, 사 51:4 주석). 여기서 ‘법(토라)’과 ‘말씀’은 동등하게 여겨지며, 이는 메시아가 완전한 교사(스승)로서이 말씀을 인격화하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메시아 왕은 율법의 구현, 곧 율법 자체의 인격화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시온으로부터 나와 열방에게 자신과 자신의 가르침—곧 법(토라)—에 복종하도록 가르치는 자이다. 이러한 결론은 많은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바, 즉 메시아가 율법을 폐지하기 위해 오셨다는 주장과는 분명히 반대된다. 여호와의 말씀으로서의 메시아란, 곧 그에게 순종하는 것이 율법에 순종하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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