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야곱을 장자로 세운 것 같이—‘이스라엘은 나의 장자라’(출 4:22) 하신 말씀처럼—내가 메시아 왕도 장자로 세우리라. 그리고 그것은 ‘내가 그를 장자로 삼으리라’(시 89:27) 하신 말씀과 같다.”(Shemot Rabbah 19:7)
‘장자’(bechor, בְּכוֹר)는 메시아의 이름 중 하나로, 시편 89장 27절에 나타나는 하늘의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곳에서 하나님께서 친히 메시야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내가 그를 나의 장자로 삼으리니, 세상의 왕들 중 가장 높은 자가 되리라”고 하신다. 성경에서 ‘장자’는 단순히 세속적 상속에 관한 법적 지위를 넘어서는 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태에서 처음 난 모든 자를 내게 돌리라”(출 13:2)는 구절에 대한 미드라쉬의 해석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야곱을 장자로 세운 것 같이—‘이스라엘은 나의 장자라’(출 4:22) 하신 말씀처럼—내가 메시아 왕도 장자로 세우리라. 그리고 그것은 ‘내가 그를 장자로 삼으리라’(시 89:27) 하신 말씀과 같다”(Shemot Rabbah 19:7)고 전한다.
메시아가 모든 장자를 구별하여 바치라는 계명과 연결되어 언급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모세는 이 명령의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하나는 유월절을 지킴으로써 출애굽 사건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이집트의 장자들이 죽은 사건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다. 출애굽기 13장은 이스라엘의 자유가 유월절 어린양과 이집트의 장자들의 죽음을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장자의 권리를 둘러싼 고전적인 충돌이 존재하며, 여기서 결정적인 하나님의 행위는 장자의 권리가 파라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야곱에게 있다는 사실을 계시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거대한 인류의 죽음이 이스라엘의 구속을 가능하게 한 셈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이집트 장자들의 죽음이 ‘희생의 죽음’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구속의 과정은 장자의 죽음을 요구한다는 개념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 개념은 이미 이삭과 요셉의 ‘죽음’에서 예표되고 있다. 이들 둘은 ‘법적으로’는 장자가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기 위해 장자로 삼으신 인물들이다. 이삭에 대해 하나님은 “이삭 안에서 네 씨가 부름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창 21:12)라고 말씀하셨고, 요셉에 대해서는 “그의 영광은 그의 수소의 첫 새끼 같으며”(신 33:17)라고 기록되어 있다.
장자의 죽음이 구속을 가져온다는 다소 충격적인 개념은, 이스라엘의 모든 장자를 구별하여 바치라는 바로 그 계명 안에 내포되어 있다. “너는 태를 여는 모든 것을…구별하여 주께 돌리라”(출 13:12)라는 번역은 히브리어 본래의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 여기서 ‘구별하여’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는 실제로는 ‘제물로 드린다’는 뜻을 내포한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원래 그들의 장자를 하나님께 희생 제물로 바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5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장자의 죽음이 대속의 과정을 통해 대체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더 나아가 레위 지파가 이스라엘의 장자들을 대신하는 자로 세워지는데(민 8:18), 레위인들은 이스라엘 가운데 기업이 없기 때문에, 이 역시도 이스라엘의 구속을 위해 ‘다른 누군가’가 대가를 치른다는 구조를 다시금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에스겔 시대의 세대는 장자를 구별하여 바치라는 계명을 정확히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태를 여는 모든 자들로 하여금 불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였으므로 내가 그들의 예물로 그들을 더럽혔나니”(겔 20:26).
하나님께서 메시아를 ‘장자’로 삼으신 것은 그를 모든 장자들 가운데 으뜸이 되게 하시며 궁극적인 ‘어린양’으로 세우신다는 뜻이다. 그러한 메시아에게는 대체물이 존재하지 않으며, 누구도 그의 대속을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생명을 희생함으로써 이스라엘을 구속하기 위한 궁극적인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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