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라.“(시 2:7)
메시아의 이름 가운데 하나인 ‘하나님의 아들’(ben Elohim, בן אלוהים)은 익숙한 시편의 말씀에서 유래한다. “주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라.”(시 2:7) 이처럼 깊은 의미를 내포한 이름들을 다룰 때는, 일반적으로 이름을 ‘형용사’처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유익하다. 즉, 이름은 존재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격이나 속성을 묘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메시아를 ‘종려나무‘, ’돌‘ 등으로 부른다고 해서 그가 문자 그대로 나무이거나 돌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메시아를 ‘아들’이라 부르는 것도 문자적으로 그가 하나님의 생물학적 자손이라는 뜻이 아니다. 만일 문자적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하나님도 인간처럼 성적 관계를 통해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뜻이 되어야 하고, 나아가 하나님께서 ‘여신’을 아내로 두었다는 식의 개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해석은 분명히 이교적인 사고방식이며, 실제로 고대 가나안 문화에서 널리 퍼져 있었던 신 개념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이름을 문자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장 단순하고 명확한 대답은, 하나님께서 ‘아버지’로 묘사되므로, 그분을 믿고 그분의 뜻을 따르는 자는 모두 ‘그의 아들’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랍비 유다 하레비는 그의 유명한 철학서 쿠자리에서 이 용어를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는 아담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부르고, 그와 같은 이들 모두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렀다… 그들은 모두 완전한 육체와 미덕, 장수, 지혜, 선한 행위의 능력을 지닌 자들이었다”(Kuzari, article 1, 95). 즉, ‘하나님의 아들’이란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의로운 자를 의미한다. 또한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 역시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리며, 그래서 이스라엘이 “이스라엘은 내 아들 곧 나의 장자니라.”(출 4:22)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린다면, 메시아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앞서 언급한 내용을 적용해 본다면, 메시아는 단순히 의로운 자(a righteous person)가 아니라, 즉 ‘궁극적인 의로운 자’(The Righteous Person)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메시아는 단순한 인간 이상의 존재, 곧 초인적 존재이어야 함이 분명하다. 따라서 메시아에게 신적인 속성을 부여하는 해석들이 등장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신비주의 경전인 조하르는 “너는 내 아들이라”(시 2:7)에 대해 ‘메시아가 자신의 사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신적 속성인 비나(binah, 통찰, 지혜)로 옷입혀져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메시아는 신성한 성품을 덧입은 존재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조하르는 또한 이 하나님의 아들이 두 측면을 지닌다고 암시한다. 즉, 메시아는 ‘다윗의 아들’인 동시에 ‘요셉의 아들’이다. 요셉의 아들은 다윗의 아들보다 권위가 덜하며, 그렇기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쪽이 바로 메시아 벤 요셉이다. 그러나 다윗의 아들은 죽은 자를 다시 살릴 능력을 가지며, 메시아 벤 요셉을 부활시킬 것이다.(Perush HaSullam, 203b, Balak, 341) 결국 이 해석은 ‘하나님의 아들’, ‘요셉의 아들’, ‘다윗의 아들’이라는 명칭들이 모두 동일한 한 인물의 다양한 현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메시아 사상(Messianic insight) > 쯔비 사단: 숨겨진 빛, 유대 문헌 속 메시아의 이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ב) - 보케르 로 아보트(בֹּקֶר לֹא עָבֹת): 구름 없는 아침 (0) | 2025.04.15 |
---|---|
베트(ב) - 벤 호림(בֶּן חוֹרִים): 귀족의 아들 (1) | 2025.04.14 |
베트(ב) - 벤 아담(בֶּן אָדָם): 사람의 아들(Son of Man) (1) | 2025.04.08 |
베트(ב) - 베코르(בְּכוֹר): 장자(Firstborn) (0) | 2025.03.26 |
알레프(א) - 아르예(אַרְיֵה): 사자(Lion) (0) | 2025.03.25 |